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by 해달

마법소녀물은 일본 서브컬쳐의 폐쇄성을 잘 보여주는 장르 중 하나로, 초기 마법소녀물에서 축적된 설정들이 굳어지며 장르가 만들어졌다. 장르가 성립되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장르 내부의 특수성 - 주인공이 소녀여야 하는 이유나 변신에는 어떠한 원리가 있는지 - 에 대해 아무도 묻지 않는다. 캐릭터가 귀엽고 변신할 때 서비스씬이 나와주면 마법이라는 편리한 설정으로 모든 것이 묵인된다.

물론 이에 대한 메타장르적 접근을 시도하는 작품도 있었다. 이것은 좀비입니까?의 아이카와 아유무처럼 마법소녀를 남자로 설정한 경우도 있고, 마법소녀물은 아니지만 큐티하니의 공중원소고정장치처럼 변신에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예는 메타장르적이라기 보단 장르 공식을 비틀거나 전면화하려는 시도로 봐야한다.

2011년 방영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이하 마마마)가 마법소녀물 계보에서 차지한 위치는 독특하다. 마마마는 신보 아키유키의 그래피컬한 연출과 아오키 우메의 그림, 우로부치 겐의 암울한 시나리오로 주목을 끌며 큰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DVD/블루레이 판매량은 6만장을 넘었으며, 그 여세를 몰아 극장판 제작까지 들어갔고, 일본의 한 비즈니스 잡지에서 현대교양으로 마마마가 소개하기도 했다. 작품 내부적으로는 히로인 중 한 명이 초반에 잔인하게 죽거나 마법소녀를 신과 같은 존재로 만드는 등 우로부치 겐의 과감한 스토리로도 화제가 되었다.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작품 내적인 요인에 의해 마마마가 마법소녀물의 계보에서 차지하게 되는 위상이다.

스토리 초반부만 보면 마마마는 마법소녀물의 공식를 충실히 따른다. 선택된 소녀들이 마법소녀가 되어 변신을 하고 마녀라는 악의 존재를 퇴치하며, 이에 대한 보상으로 소원 하나를 이루게 된다. 초기 마법소녀물에 나타나는 ‘어른이 되고 싶은 소녀의 욕구’가 ‘소원'으로 대치되었다는 점에선 고전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토모에 마미가 초반에 죽으면서 이러한 설정은 모두 해체되어 재구성된다. 마력의 근원이었던 소울젬은 마법소녀의 물질화된 영혼이었으며, 마법소녀들은 마녀와 싸우기 보단 소울젬을 정화하기 위해 다른 마법소녀들과 영역다툼을 해야했다. 그리고 마녀와의 싸움에 대한 보상인 줄 알았던 소원은 미끼였을 뿐, 소녀들은 소원에 대한 댓가로 마녀가 되는 운명을 짊어져야 했다. 마법소녀란 단어도 마녀를 가지고 만든 큐베의 말장난이었다.

이러한 설정은 큐베가 카나메 마도카에서 설명하는 열역학 법칙(엔트로피)에서 암시된다. 마법이라는 편리한 설정으로 모든 기적을 행하는 여타의 마법소녀물들과 달리, 기적보다 더 큰 희생(비용)을 치뤄야 함을 마녀로 소모되는 마법소녀를 통해 여과없이 보여준다. 또한, 아무리 소울젬을 정화한다 하더라도 결국 마녀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도 에너지 변환 과정에서의 열손실로 인해 열적평형상태에 도달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을 따르고 있다. 마법을 에너지 비용적인 측면에서 계산함으로써 마법소녀물에 대해 메타장르적인 접근을 시도한 셈이다.

이 열역학 법칙은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언급되는 ‘등가교환의 법칙'과 대비된다. 마법처럼 보이는 연금술은 실제론 동량의 교환대상이 필요한 일종의 과학이며, 이 등가교환의 법칙을 넘어서는 신화로서 현자의 돌이 등장한다. 하지만 현자의 돌이 이미 다수의 영혼이라는 비용이 지불되었음이 밝혀지면서 신화는 등가교환의 법칙으로 설명가능한 과학으로 강등된다. 등가교환의 법칙은 고전물리학처럼 삼라만상을 예측, 설명, 실현 가능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반해 마마마에서는 아케미 호무라의 무리한 타임슬립이 카나메 마도카의 인과를 축적시켜 최악의 마녀라는 사이드이펙트를 낳고, 축적된 인과를 기반으로 신이 된 카나메 마도카가 마녀라는 최악의 비용을 ‘마법소녀의 소실'과 ‘마수' 수준으로 감면한다. 즉, 마법소녀가 일으키는 마법의 결과는 예측불가능하며, 세계의 법칙이 설명가능한 수준까지 밝혀져도 이를 완전히 뒤집지 못한다. 요컨데 마마마는 불확정성의 원리와 열역학 제2법칙을 비관적이고 운명론적인 관점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처럼 마마마는 마법소녀물을 성립시키기 위해 팬들이 묵인하는 여러 공식 - 혹은 클리셰 - 이 얼마나 비싼지 열역학적 관점에서 계산한 명세서를 폭로한다. 특히나 마법소녀물 같이 묵인수준이 높은 오타쿠 장르는 매우 비싼 명세서를 숨기고 있으며, 이 명세서에 적힌 금액을 확인한 오타쿠들은 충격을 빠지면서도 장르 폐쇄성을 확인해 충성도를 높이게 된다.

흥행성적을 따지면 마마마의 메타장르 실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남은 건 아직 개봉하지 않은 극장판 반역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속행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덧글

  • 잠본이 2013/07/16 22:48 # 답글

    잘 읽었습니다.
    겉보기로는 그냥 쉽고 멋지게 보이는 것도 이면에는 큰 희생과 애환이 자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죠. 이거 보고 엔트로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사람도 많을 듯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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